사적인 에세이

힘의 논리에 대한 생각

2026년 2월 1일사적인 에세이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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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민론을 받아들이기 까지
  • 입체적인 사람들
  • 힘의 논리에 대한 생각

호민론을 받아들이기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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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의 '자유의지' '자율성'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능조직(function-based)이 사람이 부품처럼 동작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통치, 관리 등의 단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의 리더는 가끔씩 허균의 호민론을 꺼냈었다.「호민론」에서 작자는 백성을 항민(恒民) · 원민(怨民) · 호민(豪民)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 항민은 일정한 생활을 영위하는 백성들로 자기의 권리나 이익을 주장할 의식이 없이 법을 받들면서 윗사람에게 부림을 당하면서 얽매인 채 사는 사람들이다.
  • 원민은 수탈당하는 계급이라는 점에서 항민과 마찬가지이나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윗사람을 탓하고 원망한다. 그러나 이들은 원망하는 데에 그칠 뿐이다. 그러므로 항민과 원민은 그렇게 두려운 존재가 못 된다.
  • 호민은 남모르게 딴마음을 품고 틈만 엿보다가 시기가 오면 일어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가 받는 부당한 대우와 사회의 부조리에 도전하는 무리들이다. 호민이 반기를 들고 일어나면 원민들이 소리만 듣고도 저절로 모여들고, 항민들도 또한 살기를 구해서 따라 일어서게 된다.
나는 호민론에 대해서도 처음엔 반감을 가졌다. 사람을 계층, 계급화 시키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기능조직으로 전환된 과거 직장에 불만을 가지고, '함께 문화를 바꾼다'는 미션과 함께 새 조직에 합류했다. 그리고 여러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다.

군주적인 모습을 보이다가도 자유분방한 모습을 가진 대표. 압도적인 실행력과 현실성을 가진 사업 실장. 비저닝, 인플루언싱이 타고난 프로덕트 헤드. 이까지만 보면 내가 원하던 목적조직으로의 귀환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존경을 받고, 사람들을 따라오게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훨씬 더 많은 머릿수의 실무자들은 대부분 상단을 욕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 솔직히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돈을 받고 일을 하고 있으니, 회사가 싫든 아니든 일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지배되어 있는 정체, 나태의 분위기는 '안된다'라는 대답으로, 열심히 하려는 사람들을 '배신'이라고 낙인하는 현상들이 있었다. 당연히 일의 진척도는 너무 느렸고, 이를 이해하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웠다.

대표는 합병을 성사시켰다. 적자가 나오는 회사를 '팔리게' 만든 것은 누가 봐도 객관적 성공이다. 이 회사를 팔 수 있음으로 인해 구성원들은 좋은 직장과 좋은 급여를 분명히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원망은 계속되었고 구성원들의 태도는 예전과 동일했다. 그러나 여전히 합병을 시킨 대표는 어떻게 회사의 가치를 더 높게 만들어서, (과거 직장명)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구성원에게서 떼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사람들이 본인을 욕하는지 알고 계시면서,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지, 대체 그 why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나에게 '일방적 관계'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우리는 팀원과 리더가 주고받는 관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일방적인 giver가 더 흔한 리더의 모습이다. 나에 대해 오해해도, 나의 기대만큼 하지 못해도, 나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무언가를 줘야 한다. 믿음, 결과, 가르침 등 리더가 될 수록 계속 줘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본인이 더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그때 내가 생각하던 리더의 정의가 한번 깨졌다. 아, 육아와 같다고 생각하는 게 차라리 낫겠구나. 결국 이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는 헌신의 태도를 갖춰야 하는구나. 대표는 나를 신뢰한다고 해줬다. 그리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여줬다. 겪어보니 사업 대표와 사업 실장간의 관계가 이해가 갔다. 서로 인생의 파트너라고 보일 정도로 높은 신뢰와 로열티가 있었다. 받아보니 이런 믿음은 나를 더 잘 하게 만들었고, 이 고마움은 서로의 값진 관계로 발전했다.

일련의 일들을 겪고 관찰들을 하고 나서 나는 결국 호민론이 현실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렇구나, 모든 사람이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건 비현실적인 유토피아다.

입체적인 사람들

업로드된 이미지 내가 합류한 첫 날, 1:1에서 이 조직의 몇 년 과거를 들었다. 사업의 황금기를 누리다가 특정 시기에 삐끗한 뒤 지속된 나락을 걷고 있었다. 재무목표를 맞추기 위해 새로 합류한 후 대규모 정리해고를 한 현 대표에 대한 원망은 '일 하지 않을 명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우리의 사기를 리더가 꺾었기 때문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참 양면적이었다. 소신 이었다. 과거 내 직장 동료들의 부당함은 체제에 대한 원망이 되었고,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라 부당함에 반대하기 위해 '의도된 나태함'을 부리고 있었다. 어떤 때는 내가 누구 편인지 떠보고, 부정(not-right)의 행동을 하다가도, 어떤 때는 동료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며 즐겁게 일했다.

나는 지속적인 결과를 통해 사람들에게 나를 증명했다. 그 결과 나와 친해지고 싶어하고, 나를 힘의 추 라고 보는 게 느껴졌다. 참 내가 싫어하는 상황이지만 나는 따라오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을 더 이용했다. 더 많은 success case를 만들어내고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내야지. 한번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리드하며 전사 지표를 2배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 명백한 숫자 앞에서도 설득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 이 결과 앞에서도 본인이 맞다고 주장하는 이 사람. 이 정도면 싫음을 연기하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깊게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이 났다. 생존을 위해서구나. 가장 윗 단의 힘이 본인을 지지하지 않을까, 힘의 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염려했던 것이었다.

생존의 관점에서 생각하니 사람들 대부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태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회사 밖의 삶이 본인에게 점점 중요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회사 밖의 삶을 보호하기 위한 생존. 나의 자리를 지키기 위한 생존. 생존을 위해 만들어 내는 부정들.

사람은 양면적이다. '이해한다'라는 것이 '동의한다'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해한다'라는 것이 '맞다'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정말 이해가 가지 않던 것을 이해하게 되면, 내가 일련의 과정들에서 감정 소모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상대편도 내가 그들을 이해한다는 사실을 느껴가는 것 같다. 내가 어떤 순간은 강하게 반대해도, '나를 이해하고는 있다' 를 주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힘의 논리에 대한 생각

업로드된 이미지 나는 일련의 사건들과 깨달음을 얻으며 '힘의 논리'에 대해서도 이해했다. 따라오는 것은 결국은 중력과 같은 힘(Power)다. 힘의 균형이 기울 때 이동하는 사람들. 다시 힘의 균형이 기울면 또 다시 생존을 위해 이동하는 사람들. 여기에서 대체 '소신있는 사람들'은 어디 있는건가? 화가 나기도 했다. 양심, 부끄러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생존과 연결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간다.

통치, 정치, 관리 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게 되었다. 나의 행동은 힘이 있을수록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가끔은 너무 대나무처럼 '옳을'려고만 하면 안된다는 것. 내가 싫어하는 소위 power play 행동을 하더라도 그저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또한 나도 변화를 만들기 위해 언젠가는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이때 무조건 힘의 추를 나의 방향으로 기울게 해야 한다. 마치 팔씨름처럼 한번 힘을 잃으면 순식간에 무너지는 것을 많이 봤다. 나의 힘을 유지시키는 것이 나의 능력일 수 있다. 너무 부당하지 않은 선에서 나는 힘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란 일이 되게 하는 기술(skill)이다. 수많은 리더 교체를 관찰하고 나도 힘의 균형을 겪으며 이가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역사의 반복이라는 걸 알았다.

힘은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만드는 사람, 그로 만든 결과로 얻는 것이다. 여전히 결과로 힘을 얻어야 하지만, 모두를 따라오게 만들 수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추가 기울수록 사람들도 기울 것이다. 추를 기울게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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