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대한 리플렛

개인의 서사와 우주

2024년 12월 1일예술에 대한 리플렛

안유리 작가의 Styx Symp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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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리움에서 '<스틱스 심포니>'를 보고 안유리 작가를 구독했다. 20세기 히로시마 원자폭격, 나치와 소비에트, 흑인 민권운동, 광주 민주화 운동 총 4개의 폭력을 경험한 8명의 여성이 목소리로 '강(Styx)'를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이 영상 작업은 침묵으로 잃음에 대한 애도를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이후에는 여성의 목소리로 직접 '미친년'을 반복해서 말하는 가사가 나온다. 다소 급진적일 수 있으나 직접 '미친년'을 발화함으로써 타자에 의해 규정되는 게 아닌, 본인이 직접 상처를 말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제인 진 카이젠 작가의 바다 너머 섬

오늘 2024 올해의 작가상에서 제인 진 카이젠 작가를 만났다. '<이어도>(바다 너머의 섬'은 7개의 영상이 연결되어 한 공간에서 시네마, 그 이상을 경험하게 한다.

하나의 공간에서 동그랗게 영상을 하나씩 보는 건 그렇게 다른 경험은 아니다. 그러나 이어도는 개인적 서사에서 시작했다가 바다 깊은 곳의 우주를 보고, 삶에 대한 깊은 고민을 뇌리에 남기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끔 한다. 그 7개의 서사들을 탐색하고 있으면 이 공간이 우주인가? 싶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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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개인의 서사가 공식적인 역사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한다. 제주 4.3 사건에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하여 젊은이들의 저항의 몸짓을 다룬 장례식, 어린 소녀를 잡아삼킨 동굴, 소창과 함께 상처를 위로하는 시선, 영상 각각을 따라가다보면 바다의 중심에서 순환을 반복하는 생물들을 만난다.

'잃음'으로 인한 슬픔이 '애도'로, 그리고 새로운 '탄생'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미술관이라는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오직 미술관에서만 가능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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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미술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이토록 깊게 들여다보고 우주의 서사까지 경험하는 건 글로만 하기는 어렵다.

제인 진 카이젠 작가는 영화라는 매체에 끌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는 많은 사람들과 매우 친밀한(intimate) 만남을 갖게 한다. 시간을 편집함으로써 재구성할 수 있고, 경험을 공간(spatialize)으로 만들 수 있다. 영화는 다름을 이해하는 도구다. 다른 사람의 인생의 속사정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나에 빗대어 고민하다보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

예술은 그렇기 때문에 삶을 배우는 학문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만큼 다름을 이해하는 데 효과적인 다른 매체를 아직 만나본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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